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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늦추는 조기 치료가 중요합니다. 나를 잃어버리는 고통, 치매

진행 늦추는 조기 치료가 중요합니다

나를 잃어버리는 고통 ‘치매’


감수. 정신건강의학과 한지원 교수


고령화 시대를 맞으며 치매 환자 수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치매는 가족은 물론 본인이 누구인지조차 잊게 만들고, 평범한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줘 환자와 보호자인 가족들의 고통이 큰 질환입니다. 환자가 치매 상황을 잘 받아들이도록 돕고,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전하고자 합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유병률도 올라가는 ‘치매’

치매는 인지 기능을 잃어버리는 병, 정확히 정의하자면 ‘병’이 아닌 ‘증후군’입니다. 후천적 원인으로 인해 인지 기능이 저하되고,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를 일컫습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60세 이상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7.23%, 65세 이상에서는 10.33%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치매유병률은 높아집니다. 2016년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75세 이상 전 연령에서 기존 연구에 비해 치매 유병률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85세 이상 초고령 노인층에서 유병률 증가가 두드러집니다.
65세 이상에서 발생하는 노인성 치매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 질환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전체 치매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뇌혈관질환에 의한 혈관성 치매, 루이체 치매, 전측두엽 치매 등이 치매의 대표적인 유형입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 등과 같은 내분비질환, 정상압수두증, 경막하출혈, 우울증에 의한 가성 치매 등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호전될 수 있는 가역성 치매도 전체 치매의 5~1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치매 초기 증상 기억해 조기 진료받아야

치매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은 대개 ‘기억력 저하’로 처음에는 건망증 같지만 점점 그 정도가 심해져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습니다.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약을 먹지 않거나 두 번 먹기도 합니다. 다음 병원 예약 일자보다 약이 많이 남거나 약이 빨리 떨어진다면 기억력 저하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또 약속을 잊어서 가족들이 전화로 챙겨야 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난다면, 그 역시 기억력 저하가 의심됩니다. 며칠 전 나누었던 이야기나 만났던 사람들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힌트를 줘도 긴가민가 한다면 최근 삽화 기억의 저하가 현저하므로 진료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자꾸 물건이 없어진 것 같다고 호소하거나, 누가 가져간 것 같다고 말하는 것 역시 치매 초기 혹은 전 단계(경도인지장애)에서 흔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매번 잘 챙기던 공과금 납부일이나 가족 경조사를 놓치는 것으로 시작해 날짜에 대한 인지가 점점 흐려지는 ‘시간 지남력 저하’, 잘 다니던 길을 헤매기 시작하는 ‘장소 지남력 저하’, 단어를 잘 떠올리지 못하고 구사하는 문장이 짧아지며 이해력이 떨어지는 ‘언어 기능의 저하’, 은행 업무 처리에 실수가 생기거나 상황 판단 및 대처가 잘되지않는 ‘판단력 및 실행 기능의 저하’, 이전보다 감정조절이 어렵거나 성격이 변한 것처럼 보이는 ‘성격 및 행동 변화’ 등도 치매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입니다.


다양한 치매 증상

약물, 비약물적 치료, 위험인자 관리 3박자 치료

치매의 치료는 원인 질환별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치매 중 가장 대표적인 알츠하이머병 치매의 경우,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병적 단백질 덩어리(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대뇌 피질에 쌓여 있는지를 아밀로이드 양전자단층촬영을 통해 확인합니다. 이렇게 알츠하이머병 치매가 진단된 경우에는 인지기능개선제를 복용하게 됩니다. 인지기능개선제는 인지 기능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아세틸콜린, 글루타메이트)에 영향을 주는 기전으로 환자의 인지 기능 유지에 도움을 줍니다. 병의 진행을 막을 수는 없어도, 그 경과를 늦추는 게 가능합니다. 초기에는 약 6개월에서 2년 이상 늦출 수 있고, 치매 말기에도 효과가 있다고 인정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주목받는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는 항체치료제가 조건부 승인돼 처방되고 있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사용 가능한 상태가 아닙니다.
치매 치료에 있어서는 약물 치료 외에도 비약물적 치료와 위험인자 관리가 무척 중요합니다. 동반된 신체 질환을 잘 관리하고, 적절한 영양 상태를 유지하며, 꾸준한 신체활동, 학습활동 및 사회활동을 해야 합니다. 비약물적 치료로 잘 알려진 인지중재 치료의 경우, 2017년도에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 치료의 신의료기술로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병원에서 시행하는 인지중재치료 외에도, 치매안심센터 역시 인지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노인장기요양 서비스를 통해서도 시설(주간 보호센터) 혹은 집에서 인지훈련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막을 수 없는 치매 진행, 현시점의 최선을 다해야

이렇게 약물 치료, 비약물적 치료를 통해 치매의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치매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치료를 시작했어도 치매 증상은 서서히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자꾸 이전에 살던 집으로 가겠 다고 집을 나서고, 밤에 자지 않고 온 가족을 깨우고, 대소변 관리가 점점 어려워지고, 여러 정신행동 증상들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해 나타납니다.
마음 아프게도, 이 과정에서 가족들은 이 모든 노력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너무 늦게 치료를 시작한 것은 아닐까 실의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치매 치료를 위한 여러 노력들은 분명히 치매가 진행하는 시간을 늦추는 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고, 환자 및 보호자들의 심리적, 경제적 부담, 삶의 질에 있어서도 도움이 됐을 것입니다. 너무 늦은 시기란 없으니,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해도 됩니다.
보다 효과 있는 치매 약물 및 비약물 치료제 개발을 위해 전 세계 연구자들과 임상가들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이 출범해 치매의 원인 규명, 조기 예측, 진단, 예방 및 치료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현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몫일 것입니다.


지금 최선을 다하세요

부담 나눠 보호자의 정신건강 지키는 것 중요

치매 환자들이 보이는 정신행동 증상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정서 위주 접근’ 및 ‘전환’이 도움이 됩니다. 치매 환자가 말하는 내용의 사실 여부(‘이 집은 내 집이 아니다’, ‘저 사람이 내 물건을 훔쳐 갔다’ 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해당 주장과 관련된 환자의 정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아울러 다른 주제로 관심이 넘어갈 수 있도록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몰 증후군’이라고 해서 해 질 무렵에 인지 기능이 더욱 떨어지면서, 내 집에 가겠다고 하거나, 누군가를 찾겠다고 밖으로 나가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환자와 같이 동네 한 바퀴를 걷고 오는 등의 전환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보호자가 대처하려면

자꾸 반복해서 물어보는 것을 매번 대답해 줘야 하는 상황에서 보호자들은 힘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다 퉁명스럽게 대답이 나가면, 이렇게 반응해서 환자가 더 나빠지는 것은 아닌가 자책을 하기도 합니다. “이러다가 내가 치매에 걸릴 것 같다”고 호소하는 보호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치매 환자를 잘 돌보기 위해서는 보호자들의 정신건강이 중요합니다. 노인장기요양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가족 구성원들의 돌봄 시간을 분할해 돌봄 부담을 ‘실제로’ 나누어야 합니다. 보호자들이 기분을 전환하고, 본인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시간을 일부러 만들어 지켜야 합니다. 자꾸 부정적인 생각이 들고 식욕, 수면, 활동에까지 영향을 받아 우울증이 의심될 경우에는 보호자들 역시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보호자의 정신건강이 중요

환자 본인과 보호자들을 힘들게 하는 정신행동 증상에 대해서는 반드시 환자의 주치의와 상의해 필요시 약물을 조절 받도록 하고, 치매안심센터에서 시행하는 치매 환자 보호자 교육 및 상담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배회 및 실종, 운전, 성년후견, 시설 입소 등 치매 진단 후 대비하거나 준비해야 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치매라는 긴 여정에서 환자와 보호자 모두 지치지 않고, 함께 있어 행복한 기억들을 더 많이 쌓을 수 있길 바랍니다.

조기 치료를 위한 첫걸음! 주관적 기억감퇴 설문 체크리스트

1. 자신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2. 자신의 기억력이 10년 전보다 나빠졌다고 생각하십니까?
3. 자신의 기억력이 같은 또래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쁘다고 생각하십니까?
4. 기억력 저하로 인해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십니까?
5. 최근에 일어난 일을 기억하는 것이 어렵습니까?
6. 며칠 전에 나눈 대화 내용을 기억하기 어렵습니까?
7. 며칠 전에 한 약속을 기억하기 어렵습니까?
8. 친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기 어렵습니까?
9. 물건 둔 곳을 기억하기 어렵습니까?
10. 이전에 비해 물건을 자주 잃어버립니까?
11. 집 근처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습니까?
12. 가게에서 2~3가지 물건을 사려고 할 때 물건 이름을 기억하기 어렵습니까?
13. 가스불이나 전기불 끄는 것을 기억하기 어렵습니까?
14. 자주 사용하는 전화번호(자신 혹은 자녀의 집)를 기억하기 어렵습니까?
치매를 조기에 치료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위 자가설문 중 1~4번은 기억 저하에 대한 주관적 판단을, 5~14번은 일상생활에서의 기억력 저하를 평가하는 문항입니다. 총점이 6점 이상인 경우에는 치매 진단 및 검사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자료 출처] Youn JC, Kim KW, Lee DY, et al. Development of the Subjective Memory Complaints Questionnaire. Dement Geriatr Cogn Disord. 2009;27(4):310-7.


주관적 기억감퇴 설문 체크리스트


의료진 소개

한지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지원
[전문진료분야]
정신건강의학과 : 노인성 치매 및 우울
정신건강의학과 (노인의료센터) : 노인정신장애-치매, 노인성우울증, 기억력장애
정신건강의학과 (뇌신경센터) : 인지장애(초로기치매,치매 경도인지장애,기질성정신장애),노인정신장애(치매,기억장애,노화성 인지감퇴증,노인성우울,불안) (60세 이상만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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