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비인후과 장문영 교수
아침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순간 천장이 빙글빙글 돈다. 잠시 가만히 있으면 괜찮아지지만, 고개를 돌리거나 숙일 때 다시 심한 어지럼증이 찾아온다. 갑작스러운 증상에 빈혈이나 뇌 질환을 걱정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특정 자세에서 짧고 강한 회전성 어지럼증이 반복된다면 ‘이석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석증은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질환 가운데 하나다. 고령에서 더 흔하게 발생하지만 젊은 연령층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은 대부분 몇 초에서 1분 정도 지속되며 길어도 수분을 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속 시간이 짧다고 해서 증상의 강도까지 약한 것은 아니다. 주변이 심하게 회전하는 듯한 느낌과 함께 메스꺼움이나 구토가 나타날 수 있으며,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어 넘어지는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증상이 금세 사라졌다는 이유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피곤해서 그렇겠지’ 하고 넘기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어지럼증은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귀는 소리를 듣는 기관인 동시에 우리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귀 안쪽의 내이에는 몸의 움직임과 위치 변화를 감지하는 전정기관이 있으며, 그 안에는 작은 칼슘 결정인 이석이 존재한다. 이석은 머리의 움직임을 감지해 뇌가 몸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돕는다. 우리가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데에는 전정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문제는 여러 이유로 이석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시작된다. 떨어져 나온 이석이 몸의 회전 움직임을 감지하는 반고리관 안으로 들어가면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반고리관 내부의 액체 흐름에 영향을 주어 실제 움직임과 다른 신호를 만들어낸다.
눈과 근육, 관절은 몸이 멈춰 있다고 느끼는데 전정기관에서는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식으로 감각 정보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하는 것이다. 뇌는 이러한 혼란을 어지럼증으로 인식하고, 그 결과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회전성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이석증의 정식 명칭은 ‘양성 돌발성 체위성 현훈’이다. 특정 머리 위치에서 갑작스럽게 어지럼증이 발생하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악성 질환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양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증상이 심하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주고 낙상과 같은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이석증을 의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서는 ‘자세 변화’다. 누워 있다가 일어나거나 침대에서 몸을 옆으로 돌릴 때, 고개를 숙여 물건을 줍거나 높은 곳을 바라볼 때 갑자기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어지럼증은 대부분 몇 초에서 1분 정도 지속되며 움직임을 멈추고 가만히 있으면 서서히 가라앉는다. 그러나 같은 자세를 취하면 증상이 반복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메스꺼움과 구토가 동반되기도 한다. 또한 순간적인 어지럼증으로 균형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침대에서 급하게 일어나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고령자의 경우 어지럼증으로 인한 낙상이 골절 등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이석증에서는 일반적으로 귀의 통증이나 청력 저하, 이명과 같은 증상이 동반되지 않는다. 따라서 어지럼증과 함께 청력이 떨어지거나 귀에서 소리가 나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다른 귀 질환의 가능성을 고려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어지럼증을 느끼면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빈혈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석증과 빈혈에서 나타나는 어지럼증의 양상은 다르다.
이석증은 머리 위치를 바꿀 때 갑자기 발생하는 짧고 강한 회전성 어지럼증이 특징이다. 주변이나 천장이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빈혈에서는 세상이 회전하는 느낌보다 기운이 없고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오래 서 있거나 갑자기 일어설 때 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며, 앉거나 누워 쉬면 호전되기도 한다. 증상의 양상만으로 질환을 스스로 단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반복되는 어지럼증을 빈혈이나 피로 탓으로 여기며 방치하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어지럼증이 나타날 때 반드시 감별해야 하는 질환이 뇌졸중이다. 뇌졸중에서도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뇌졸중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 말이 어눌해지는 언어장애,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똑바로 걷기 어려울 정도의 심한 보행장애 등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드물게는 뚜렷한 신경학적 증상 없이 어지럼증만 나타나는 뇌졸중도 있다. 따라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심한 어지럼증이 갑자기 발생하거나, 서 있거나 걷기 어려울 정도로 균형을 잡지 못한다면 이석증으로 단정하지 말고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특히 심한 두통이나 의식 저하가 동반되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
이석증은 비교적 간단한 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먼저 어지럼증이 언제 발생하고 얼마나 지속되는지, 어떤 자세에서 증상이 나타나는지 확인한다.
이후 머리와 몸의 자세를 일정한 방향으로 바꾸면서 어지럼증이 유발되는지 살펴본다. 이때 의료진이 중요하게 관찰하는 것이 눈동자의 움직임인 ‘안진’이다. 귀의 전정기관과 눈의 움직임은 신경학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반고리관 안에서 이석이 움직이면 특정한 형태의 안진이 나타난다. 의료진은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자세와 안진의 방향을 확인해 어느 쪽 귀의 어떤 반고리관에 이석이 들어갔는지를 판단한다. 많은 환자는 이러한 검사만으로 이석증을 진단할 수 있다. 다만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거나 다른 질환이 의심될 경우에는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이석증은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히 치료하면 비교적 빠르게 호전될 수 있는 질환이다. 가장 대표적인 치료법은 ‘이석정복술’이다.
이석정복술은 일정한 순서에 따라 환자의 머리와 몸의 위치를 변화시켜 반고리관 안으로 들어간 이석을 원래 있어야 할 위치로 이동시키는 치료법이다. 이석이 들어간 반고리관의 위치에 따라 시행하는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많은 환자가 한두 번의 치료만으로 증상이 크게 호전된다. 다만 이석의 위치나 상태에 따라 여러 차례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며, 치료 후에도 일부 환자에게서는 어지러운 느낌이나 불안정감이 일정 기간 남아 있을 수 있다.
어지럼증이나 메스꺼움을 줄이기 위해 약물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약물은 증상을 완화하는 보조적인 치료다. 이석증의 근본적인 치료는 잘못된 위치에 들어간 이석을 이동시키는 이석정복술이다.
인터넷이나 영상 콘텐츠를 보고 환자가 스스로 이석정복술을 시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지럼증의 원인이 이석증인지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시행하거나, 이석이 들어간 반고리관과 맞지 않는 방법을 적용하면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반복된다면 정확한 진단을 먼저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석증은 흔하고 치료 효과도 좋은 질환이지만 모든 어지럼증을 이석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과 시급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매우 심한 어지럼증이 갑자기 발생하거나, 서 있거나 걷기 어려울 정도로 균형을 잡지 못한다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말이 어눌해지거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등 신경학적 증상, 심한 두통이나 의식 저하가 동반될 때도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
또한 자세를 바꿀 때마다 어지럼증이 반복돼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다면 증상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를 기다리기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장문영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소속으로 어지럼증, 전정질환 등 귀의 평형 기능과 관련된 질환의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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