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기술과 관련 산업은 꾸준히 발전의 발전을 거듭해 왔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작과 함께 확산한 디지털 전환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에 힘입어 눈부신 성장을 이뤄가는 중이다. 기존의 의료는 혁신과 확장을 통해 미래 의료로 나아가고 있는데, 그 지향점에는 ‘정밀의료’가 있다.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밀의료란 무엇인지 알아본다.
지금의 의료 시스템은 주로 증상이 나타난 뒤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환자에게 동일한 치료법이 적 용되며, 의사와 환자 간에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미래 의료(의학)는 현재의 치료 중심 의료에서 벗어나 예측, 예방, 맞춤형 치료, 그리고 환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의료는 개인의 유전체 정보, 건강 상태, 라이프 스타일 등을 기반으로 질병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이를 조기에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유전자 검사를 통해 특정 질병에 대한 감수성을 평가하고, 맞춤형 예방 프로그램을 설계한 후, 디지털 헬스 기술로 실시간 건강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래 의료란 기술적으로 진화 된 의료 시스템이다. 개인화될 뿐 아니라 환자의 주도적인 참여가 중요하게 강조된다.
지금까지 질병 치료는 오랜 기간의 경험과 임상시험을 통해 체계화된 ‘표준치료(Standard treatment)’를 기본으로 이뤄 져 왔다. 그동안의 치료 사례를 통해 확인한 가장 적합한 치료, 평균적으로 효과가 좋은 치료를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 하는 것이다. 하지만 평균은 평균일 뿐, 모든 사례의 특성을 반영하기엔 부족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특성을 보유한 개별체다. 유전자(DNA)가 다르고, 저마다 다른 생활환경과 다른 생활습관을 지녔다. 이 때문에 동일한 질병에 대해 동일한 치료를 시행하더라도 환자마다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거나, 때에 따라서는 표준치료가 맞지 않아 부 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란 미래 의료가 지향하는 목표이자 표준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게 할 솔루션이다. 개인의 선 천적, 후천적 특성을 통합적으로 반영하고, 다양한 의료·헬스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환자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 는 것이다. 다수를 대상으로 한 임상·의료 정보와 더불어 개개인의 유전체 정보, 생활습관, 환경적 요인 등 건강에 대한 폭넓은 데이터가 활용된다. 개인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정밀하게 분석, 분류함으로써 최적의 맞춤형 의료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정밀의료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유전자 정보 등 개인차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환자의 특성을 분류하고 개인에게 꼭 맞 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맞춤의료(Personalized medicine)’ 개념 과도 통하는 면이 있다. 맞춤의료란 최적의 치료 성과를 거두기 위해 환자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치료법을 적용하는 것 이다. 환자의 질병 상태나 특성, 원인을 정교하게 분석함으로써 치료의 효율을 높이고 약물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맞춤의료의 초점이 치료에 맞춰져 있다면, 정밀의료는 치료를 넘어 질병의 예측과 예방까지 모두 포함하는 개념 이다. 따라서 정밀의료가 맞춤의료보다 더 넓은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유전자는 아주 작은 부분의 이상이나 결손만으로도 기형, 유전성 질환, 암과 같은 다양한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유전자 이상을 찾아내기 위해 시행되는 검사가 바로 유전자 검사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관련된 질병의 예방이 나 진단, 치료계획 수립에 가장 핵심적인 정보가 된다.
정밀의료의 핵심은 바로 동시에 여러 유전자를 분석하는 데 있다. 유전자 패널 분석 기술이 발전하며 다수의 유전자 특 성이나 변이 여부를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고, 이것이 정밀의료의 성장을 이끌었다. 첨단 기술인 유전자 패널 분 석을 통해서 △유전성 질환 및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 확인 △환자 및 가족에 대한 유전성 질환 발생 가능성 예측 △ 유전성 질환 조기 발견을 위한 적극적 예방 활동 △질병의 원인 유전자 분석에 따른 정확한 진단 △유전자 변이에 따른 맞춤형 치료와 예후 예측 등이 가능해졌다. 이와 같은 정밀의료가 향후 의료체계의 기본이 된다면, 우리는 더 빠르고 정 확한 진단과 최적의 처방을 실현하며, 불필요한 의료 비용 발생이나 의료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암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일부 암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 다. 이런 암들을 ‘유전성 암’이라고 부른다. 유전성 암이 의심되는 환자나 그 가족들은 유전자 검사와 전문적인 유전 상담 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와 모니터링을 받아야 한다. 유전성 암 발생에는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관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단일 유전자 또는 특정 유전자 부위 만을 확인하는 검사보다는 대용량의 유전자 정보로부터 원인 유전자를 찾아내고, 유전체 변이에 대한 패턴 분석이 가능 한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이 널리 시행된다. 소량의 혈액 채취만으로 다양한 유전자 변이를 찾아낼 수 있어 환자가 느끼는 불편도 크지 않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은 수십에서 수백 개에 이르는 유전자를 한 번에 대량으로 검사해 질병의 원인 유전자를 찾아내 는 새로운 유전자 분석 기술이다. 예전에는 개인의 유전체 분석을 위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으나, 차세대염기 서열분석법이 개발되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짧은 시간 안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유전 체를 대량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특정 유전자가 전체 암 덩어리에서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 수치화하거 나, 치료 후 시간 경과에 따른 유전자 변화 양상을 찾는 것까지 가능하다.
미국이나 영국 등 의료 분야의 주요 선진국에서는 정밀의료 실현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발표하 고, 오랜 기간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다. 주요 선진국을 비롯한 전 세계 의료계는 정밀의료를 차세대 의료 패러다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6년 국가 전략 프로젝트로 ‘정밀의료 기술개발’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 이후로 차세대염기서열 분석법을 기반으로 한 유전자 패널 검사에 대해 건강보험 선별급여(본인부담률 50%) 적용이 가능해졌다. 정밀의료는 이 렇게 조금씩 우리와 가까워지며 의료 현장에 뿌리내리는 중이다.
정밀의료는 질병의 진단과 질환 발생 가능성 예측, 조기 발견에 효과적일 뿐 아니라 맞춤형 항암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표적 치료와 면역 치료가 그것이다. 표적 치료는 유전성 암 치료에 효과적이다. 암을 발생시킨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승인된 표적 약물이나 임상시험 중인 표적 약물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세 포 활성화를 통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법인데, 다른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은 적지만 매우 비싸다. 더욱이 그 효과가 환 자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유전자 패널 검사가 기본이 되는 정밀의료는 이런 면역항암제 처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연구 영역의 정밀의료센터와 임상 영역의 임상정밀의료센터를 운영 중이다. 임상정밀의료센터는 정 밀의료의 성공적인 정착을 견인하기 위해 2019년 11월 출범했다. 임상유전체팀과 분석지원팀으로 구성돼 있으며 암 과 희귀질환, 만성질환에 대한 유전자 패널 검사를 지원한다. 또 다양한 질환군에서 유전자 분석 정보를 기반으로 정확 한 진단과 개인 맞춤형 치료가 이뤄지도록 돕는다. 생물정보학 전문가가 분석 과정에 참여해 정확도와 신뢰성이 높은 검사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임상정밀의료센터에서는 2020년부터 정밀의료 다학제 진료를 시행해 왔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을 통해 검출된 유전자 돌연변이 정보를 바탕으로 유전자에 따른 맞춤항암치료 상담과 유전성 암 관련 돌연변이에 대한 유 전 상담(가족 검사 및 가족 유전 상담 포함)을 다학제 진료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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