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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중 병리과로 의뢰된 암조직을 급속 냉동하여 진단을 하는, “동결 절편 진단” 은 외과적 수술의 범위를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병리학적 진단 과정이다. 하지만, 폐는 공기로 가득 차 있으므로, 수술을 통해 체외로 적출되는 순간 공기가 빠져나오면서 장기의 모양이 변하는 특성이 있어서 동결 절편에 적합하지 않다. 최근 CT 등 영상의학의 발달로 조기 폐암의 진단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조기 폐암은 폐의 구조가 변형되면 진단이 불가능한 특성이 있어서, 의심스러운 병변이 포함된 폐 전체를 절제 할 것인지 혹은 그 주변의 폐만 일부 절제할 것인지 방침을 결정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본 연구진은 동결 절편 과정에서 폐의 구조가 변형되지 않도록 공기를 머금은 상태와 유사하게 확장되도록 하는 방법을 고안하였고, 이 방법을 통해 동결 절편을 시행한 결과 조기 폐암의 동결 절편 진단율이 100%에 달함을 세계 폐암 학회지에 보고하였다. 이 방법을 통하여, 침윤이 없는 조기 폐암으로 진단된 환자의 경우, 흉부외과에서는 병변 주변의 폐 일부만 절제하는 최소 침습 수술을 시행할 수 있고 폐기능을 더 잘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
3mm 크기의 조기 폐암병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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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폐암에서는 종양 발생에 직접적 원인을 제공하고, 암세포의 성장, 침윤, 진행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기타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다양한 신호전달체계를 교란시키는 암유전자가 발견 되었고 이 암유전자를 표적 치료하였을 때 놀라운 치료 효과를 거둠으로써 진단과 치료원칙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게 되는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대표적 예로, 2004년 EGFR 유전자 변이가 있는 폐암 환자에서 특정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 (tyrosine kinase inhibitors; TKIs, gefitinib or erlotinib)를 사용하였을 때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종양 억제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EGFR 변이가 있는 폐암 환자의 경우 platinum 제제에 기반한 고식적 일차 항암 요법에 비하여 gefitinib (Iressaⓡ)를 투여한 군에서 무병생존율의 연장을 보였다. 이러한 사실들은, EGFR 변이를 갖는 폐 선암종에서 악성 종양 세포의 특성을 유지, 보존할 수 있는 능력은 특정 “암유전자 변이” 에 직접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현상을 암유전자 중독 (oncogene addiction)으로 설명할 수 있다. EGFR 이외에도 2007년 EML4-ALK 유전자 전위 현상이 특정 폐암 환자군에서 강력한 발암 인자로 밝혀졌고, ALK TKI (PF-02341066, crizotinib)를 이용한 초기 임상 시험에서 현저한 종양 억제 효과를 보여 EGFR 이후 폐암 치료에 있어서 효과가 검증된 유력한 biomarker로 떠올랐다. 그 외 K-ras, B-raf, c-erbB2, MET 등의 유전자 변이가 폐암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지식의 축적과 임상적 경험이 폐암을 진단하는 병리학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즉, 병리 진단에 따라 치료 방침과 치료 약제의 선택이 결정될 뿐만 아니라, 특정 조직학적 유형의 폐암은 특정 치료제를 사용하였을 때 치명적 출혈 등의 부작용을 보이므로, 숙련된 병리의사가 전문적 지식을 동원하여 세분화된 조직학적 진단을 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높아졌다. 따라서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에서는 작은 생검 조직으로 병리의사에게 의뢰되는 폐암 환자들을 보다 정확한 진단의 바탕 위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기 위하여 실제 진료 현장에서 최신 지견들을 적용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폐암은 크게 소세포암종과 비소세포암종으로 분류되어 왔는데, 이는 소세포암종은 수술보다는 전신 항암치료를 먼저 고려하는 반면, 비소세포암종의 경우 가능하면 외과적 절제를 시행하는 것이 치료 원칙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된 병기의 비소세포암종 환자들에게 약물 치료를 하는 경우 조직학적 아형과 무관하게 platinum 기반의 고식적 항암치료제가 공통적으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약제들이 개발되고 임상 시험을 거치면서, 특정 항암 치료 약물을 사용하였을 때, 폐암의 병리조직학적 유형에 따라 임상적 반응이 유의하게 차이가 있음이 알려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 pemetrexed의 경우 선암종에는 종양 성장의 억제 효과를 보이지만, 편평상피세포암종 환자에 투여하였을 경우 기존의 항암치료약물에 비하여 우수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anti-VEGF인자인 Bevacizumab의 경우 편평상피세포암종에서는 치명적 출혈을 일으키는 것이 알려져 금기 대상이 되었다. 즉, 이전에 분화가 좋지 않은 폐암을 비소세포암종으로 통칭하여 진단하던 것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것이다. 병리 의사의 역할이 폐암 환자의 조직학적 진단을 하는 데 국한되지 않고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개인맞춤화 의료시대를 맞이하여 정확하고 세분화된 병리조직학적 분류를 시행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폐암환자의 80% 가량은 진단 당시 이미 암이 진행된 상태로 수술이 불가능 하므로, 작은 생검 조직을 이용하여 병리 의사가 진단하는 조직학적 분류 및 치료와 관련된 biomarker 발현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치료 방침이 정해지게 된다. 기관지 내시경이나 침생검을 통하여 얻는 작은 생검 조직이 전체 종양을 얼마나 대표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리의사는 생검을 통하여 얻은 소량의 암조직을 바탕으로 최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여러 가지의 예후 관련 biomarker 발현 혹은 분자생물학적 검사를 고려할 때, 환자의 치료와 예후에 연관성이 높은 위주로 우선 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
폐암에서 예후 및 치료제 연관 예측 인자로 검증된 biomarker는 EGFR 변이와 ALK 전위를 들 수 있다. 그 외에 치료제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고 알려진 biomarker로는 ERCC1 (platinum-based cytotoxic agents), RRM1 (Gemcitabine), Thymidylate synthase (pemetrexed) 발현 등이 알려져 있다. 소량의 생검 조직으로 이 모든 것을 그 때 그때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시행하다 보면, 검사를 시행할 만한 조직이 남지 않게 되고, biomarker 검사를 위하여 또 다시 환자에게 침습적 생검을 시행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수술이 불가능하여 암조직의 채취가 어려운 환자의 경우 환자의 치료에 가장 필요하고, 임상적 특성을 종합하여 가장 의심되는 biomarker를 우선적으로 선택하여 시행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수적이며, 이는 내과-영상의학과-병리과-흉부외과의 다학제간 협력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수술이 불가능한 비소세포폐암, 특히 선암종 환자에서는 우선적으로 3㎛ 두께의 조직절편 4장을 제작하여 ALK, TTF-1, ERCC1에 대한 면역조직화학염색 3종을 시행하고, 혹시 시행하게 될지 모를 ALK FISH test검사를 대비하여 unstained section 1장을 남겨둔다.
그 후, 비교적 절편이 많이 필요한 EGFR 변이 검사용 unstained section (10㎛ 두께의 section 8장 정도)은 그 다음에 파라핀 블록을 절단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절차대로 하면, EGFR 변이 검사 시행 후 음성으로 나와서, 추가로 ALK 검사 등을 시행하려 할 때 조직이 모두 소모되어 검사를 시행할 수 없는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면역조직화학염색의 결과는 대개 1-2일 이내로 결과가 나오므로, 그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적으로 꼭 필요한 분자 진단 검사 절차를 시행할 수 있다. 이는 병리의사에 의하여 검증되고 표준화한 biomarker 결과를 활용할 때, 치료 방침 수립에 필요한 시간을 절약할 뿐만 아니라, 고가의 FISH 검사 등을 무작위로 하기 보다는 선별된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함으로써 의료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폐의 선암종이 특히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비흡연자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폐암이며, 상대적으로 암유전자 변이와 강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론에서 간략히 소개한 바와 같이 폐암에서 EGFR 유전자 변이에 대한 경험은 폐암의 발생 기전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지식의 진보와 더불어 진단과 치료 전략의 수립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에 대하여는 아래에서 다시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일단 예후인자로 검증된 EGFR 변이 검사는 반드시 시행하기를 권장한다. 분당서울대병원 단일 기관의 경험에 의하면, 여성, 비흡연자, 선암종에서 papillary 혹은 lepidic (bronchioloalveolar) pattern 을 보이는 환자군의 70%에서 EGFR변이가 진단되어 기존에 보고된 빈도보다 상당히 높은 소견을 보였다. 그 뿐만 아니라, 남자 폐선암 환자의 34%, 흡연한 남자 선암종 환자의 29.4%에서 EGFR 변이가 진단되었다. EGFR TKI 치료 효과는 성별, 흡연 여부 혹은 조직학적 진단명보다 EGFR변이 여부에 더욱 연관성이 높다. 그러므로, 임상적 특성만으로 EGFR 변이 여부를 예단하기보다는 실제 폐암 조직에서 EGFR변이 검사를 시행하여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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