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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1월 16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만성폐쇄성폐질환의 날’이다. 2020년에 발표된 전 세계 10대 사망 원인을 살펴보면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사망 원인 3위에 올랐다. 2050년에는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국내에서도 관련 환자가 적지 않아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만성폐쇄성폐질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은 이름이 길고 어렵지만, 하나씩 뜯어서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만성), 기도가 좁아지는(폐쇄성), 폐의 병(폐질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전 세계 사망 원인 3위에 꼽힐 정도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그 인지도가 상당히 낮은 실정이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에서 발표한 설문 자료에 따르면 45세 이상 만성폐쇄성폐질환 잠재 환자군 737명 중 무려 75%가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잘 모른다고 답했다. 2016년 국민 건강통계를 보면, 40세 이상 인구에서 12.1% 즉, 100명 중 12명의 국민이 만성폐쇄성 폐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그 유병률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병의 원인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흡연이다. 담배를 오래 태우고 많이 피울수록 폐의 세포가 영향을 받아 폐기종이 발생하고,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 외 어렸을 때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폐의 성장이 완전히 되지 않은 경우, 소아/유년기 시절의 감염(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결핵), 알파-1 항트립신(Alpha-1 antitrypsin)이라는 호르몬의 부족, 대기 오염, 조절되지 않은 천식이 오래된 경우 등에서도 만성폐쇄성폐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흡연
미숙아
(폐 성장 불완전)
소아/유년기 시절
감염
‘알파-1 항트립신’ 호르몬 부족
대기 오염
조절되지 않은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은 호흡곤란과 기침, 만성 가래, 가슴 답답함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특히 어떤 경우에 호흡곤란이 발생하는지 그 양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신과 동년배인 친구와 걸을 때 뒤처진다거나, 평지를 걸을 때는 숨이 차지 않는데 조금만 경사진 곳을 걸으면 숨이 찬 증상이 나타나고, 자신이 40세 이상이라면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그 외에 증상이 만성 가래로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1년에 3개월 이상 가래를 지속적으로 뱉을 정도로 양이 많고, 이러한 증상이 2년 이상 지속됐다면 반드시 호흡기내과를 방문해야 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점차 진행하는 병이다. 간단한 운동 또는 일상생활의 단순 활동에서도 숨이 차게 되면 개인 생활 능력이 감소해 생산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이 병은 만성적으로 몸에 염증이 있는 상황으로, 이에 따라 당뇨, 심혈관계 질환, 우울증, 골다공증 등의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
실제 이 병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당뇨, 고혈압에 비해 5~10배로 추산된다. 중증의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의 경우 증상 악화로 인한 입원, 응급실 방문, 산소 치료 등으로 의료비 소모가 크며, 사회적으로는 인적 자산의 손실을 야기한다. 즉, 초기에 진단받지 못하고 방치하게 되면 중증으로 발전한 뒤 발견되는데, 이러한 경우는 이미 환자가 경제적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입원 등의 의료비 소모는 증가해 경제적 고립에 빠지기 쉽다.
이 병은 폐포가 파괴되는 폐기종의 형태와 만성적으로 가래가 생기면서 기도가 좁아지는 형태가 특징이다. 폐기종은 주로 담배를 자주 피우는 사람들한테 발생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담배를 끊는 것이다. 이미 담배를 끊었거나 피우지 않는 환자라면 기도가 만성적으로 좁아져 있으므로 기관지 확장제를 써야 한다. 먹는 약이 아니라서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는데, 눈이 안 좋으면 안약을 넣고 피부가 안 좋으면 피부에 연고를 바르듯이 기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기도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기관지 확장제를 흡입하게 된다. 만성 가래의 경우 ‘로플루밀라스트’라는 약제가 개발돼 있다. 효과적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이 약이 식욕 부진, 설사, 체중 감소의 부작용을 나타내므로 의사와 주기적인 상담으로 용량을 조절하면서 치료받아야 한다.
그 외 가장 중요한 치료는 바로 호흡 재활이다.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의 경우 들이마시는 숨보다 내쉬는 힘이 더 떨어진다. 따라서 운동할 때 깊게 들이마시는 것도 필요하지만 세게 내쉬는 연습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루 30분 정도, 숨이 차기 전까지의 강도로 걷는 유산소 운동이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게 모든 치료를 했음에도 지속적으로 숨이 차서 화장실조차 가기 어렵고 폐기종이 한쪽에 더 심하다면 폐용적축소술(폐 기관지밸브 삽입술)을 시도해볼 수 있다. 이러한 시도까지 다 실패한다면 폐 이식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폐 이식의 36%가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에게 시행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진단부터가 어렵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1차 의료 기관에서 잘 진단하지 못하기도 하고, 진단했다 할지라도 대학병원에 환자를 회송하는 경우가 많다. 또 아예 병이 없었던 상태로 완전히 회복시키는 약이 개발된 것은 아니어서 환자가 만성적으로 증상을 호소하는 것에 대해 의사들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방치하다가 중증으로 악화하면, 3년 이내 사망률이 50%에 달하기 때문에 악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병이 이미 발병했더라도, 그 뒤 상태가 악화하지 않도록 호흡기내과 전문의에게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➊빠른 진료와 중재 치료가 필수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의심되면 빠르게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경증의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의 경우 잘 관리하면 중증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중증으로 발전하기 전에 적극적인 중재 치료를 통해 악화를 방지하면 충분히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➋세게 내쉬는 호흡 재활이 중요
호흡 재활은 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에서 중요한 요소다. 깊게 들이마시고, 세게 내쉬는 호흡법을 자주 실천해야 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의 경우 내쉬는 숨이 더 약하므로, 들이마신 숨을 강하게 내쉬는 연습이 필요하다.
호흡기내과 이예진 교수
이예진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및 폐센터 소속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 폐암, 폐렴, 기관지확장증, 기관지 내시경, 기타 호흡기 질환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풍부한 경험과 탄탄한 연구 기반을 보유한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는 중환자 전문 진료시스템을 구축하고 특성화된 맞춤 치료로 호흡기질환 진료를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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