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는 우리의 전신을 감싸고 있는 데다 시각적으로 바로 보이기 때문에 질환 발생 시 환자들의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만성 피부질환은 완치가 아닌,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기에 환자들이 느끼는 고통과 피로감이 더하다. 건선은 대표적인 만성 피부질환으로 한 번 발생하면 10~20년간 지속될 수 있다.
건선은 피부에 은색 비늘을 동반한 붉은 발진이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다른 피부병과 달리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전염성 질환이 아니기에 다른 사람과의 신체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따라서 수영장이나 목욕탕 등 공공시설 이용, 악수나 포옹 등 일상적인 접촉은 문제 될 것이 없다. 침구나 의류, 개인 위생용품을 소독하거나 따로 분리해 사용할 필요도 없다.
건선의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유전자 면역염증 질환으로 이해되고 있다. 즉, 유전 요인을 갖고 있는 사람에서 외상이나 감염과 같은 환경 자극이 발생할 경우 여러 면역세포가 활성화되며 염증반응이 유발돼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전성 경향이 있는 질환이지만, 우성 또는 열성 유전 등 일반적인 양식을 따르지 않고 다양한 유전자 조합에 영향을 받는다. 통계적으로 부모 중 한쪽이 건선 환자라면 아이에게 유전될 확률이 14%이며, 양쪽 모두 건선 환자라면 유전될 확률이 41% 정도다.
건선은 피부 표피 세포의 과증식 및 과각화에 의해 피부에 은백색의 딱지가 덮인 붉은색 판상 형태의 발진이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나타나는 것이다. 모든 신체 피부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주로 자극을 많이 받는 부위인 팔꿈치, 무릎, 엉덩이, 두피에 생긴다. 대부분은 통증이나 가려움증 등 자각 증상이 없다. 그러나 일부 환자에게선 가려움증이나 관절통이 동반될 수 있다. 병변의 전체적인 모양에 따라 ‘판상 건선’(가장 흔한 임상형), ‘물방울 건선’, ‘농포 건선’ 등의 다양한 임상형이 있고, 생긴 부위에 따라서도 ‘손·발바닥 건선’, ‘손발톱 건선’, ‘두피 건선’ 등 여러 종류가 있다.
판상 건선
간찰부위 건선
농포 건선
물방울 건선
손·발바닥 건선
두피 건선
손발톱 건선
건선은 외부 요인과 내부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질환이다. 계절적 변화, 스트레스, 외상, 감염, 약물, 음주, 흡연 등으로 증상이 악화할 수 있고, 적절한 치료와 관리 시에는 증상이 호전된다. 이러한 반복 주기는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 질환처럼, 건선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만든다.
또한 건선 치료에 대한 효과도 환자마다 천차만별이다. 이에 일부 환자들은 건선 재발의 불안이나 늦은 치료 효과에 대한 불만으로 치료 자체를 중도에 그만두기도 한다. 하지만 건선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증상을 완화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기에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찬 공기, 낮은 습도로
인한 피부 건조
스트레스
피부 자극 및 외상
피부 감염
약물
음주, 흡연
다른 계절에 비해 겨울철이 되면 건선이 악화하곤 한다. 겨울철의 차갑고 건조한 공기는 피부의 수분을 쉽게 소실하게 만들어 건선 증상을 악화시킨다. 피부의 보습이 잘 유지되지 않으면 피부 장벽이 약해져 염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더구나 피부 건조는 가려움을 유발하기에, 병변을 긁게 되면 이에 따른 피부 손상으로 건선이 악화하게 된다. 또 낮은 습도로 인해 피부가 건조해지면 건선 부위가 갈라지거나 갈라진 부분을 통해 2차 감염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아울러 겨울철에는 실내 난방을 많이 사용하므로, 실내 공기가 더욱 건조해진다. 난방으로 인한 건조한 환경은 피부의 수분을 더욱 빼앗아 건선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실내 습도를 적절히 유지하기 위해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은 건선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일조량이 적어지면서 자연적으로 자외선 노출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피부 염증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떨어뜨려 건선이 악화하는 요인이 된다. 여름철에 비해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적어지면서 피부 면역 조절 효과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는 겨울철에 심해지는 우울감이나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꼽힌다. 추운 날씨와 짧아진 낮 시간으로 인해 겨울철에는 우울감이나 스트레스가 유발될 수 있는데, 이는 면역 체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는 면역 반응을 과도하게 자극해 염증을 더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겨울철 실내 활동이 증가하면서 신체 활동이 줄어들면, 이로 인한 체력 저하와 우울감이 건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선이 의심되거나 초기 증상이 있다면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습이다. 건선 환자의 피부는 매우 건조하고 민감하기에 보습제를 꾸준히 사용해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는 게 좋다. 샤워나 목욕 후에는 빠르게 보습제를 발라야 한다. 또 피부가 쉽게 건조해지므로 수시로 보습제를 덧발라주는 것도 유용하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건선 증상도 심해질 수 있다. 따라서 정서적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명상, 요가, 심호흡 등 이완기법으로 스트레스를 줄이면 건선 증상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아울러 과로를 피하고 충분한 숙면을 취해야 한다. 흡연이나 음주도 가능한 피하는 게 좋다.
이외 피부 자극과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피부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속옷이나 장신구로 인한 피부 압박을 줄여야 한다. 피부를 자주 씻으면 피부의 수분과 피지막이 제거돼 건조함이 촉진되므로, 겨울철에는 되도록 샤워 횟수를 줄이고 짧게 하는 게 좋다.
건선을 치료하는 방법은 환자의 상태와 증상 정도에 따라 다르다. 질병 상태에 따른 증상 조절과 생활 관리를 통한 재발방지가 치료의 주된 목표다. 기본적인 방법은 외용제(연고)를 피부에 직접 발라 염증을 완화시키고 증상을 개선하는 국소 치료를 하는 것이다. 외용제는 주로 스테로이드제, 비타민D 유도제 등이 있다. 증상이 심하면 광선치료나 경구약물 치료를 진행한다. 광선치료는 자외선B(UVB)를 사용해 염증을 완화하는 치료법으로, 적절한 자외선 노출이 건선 증상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최근에는 면역 체계에 직접 작용하는 생물학적 제제도 사용하며, 이는 건선의 염증반응을 조절하고 증상을 완화하는 데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 다만, 이 방법은 환자의 비용 부담이 크다. 이로 인한 체력 저하와 우울감이 건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선은 완치가 어려운 만성 질환이지만,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를 통해 충분히 증상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것이다. 건선은 외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이다. 환자들이 사회적 시선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곤 한다. 하지만 건선은 절대 전염되지 않는 질환이다.
많은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고통을 환자들이 겪는 만큼, 환자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과 친구들 역시 건선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지원해야 한다. 건강한 식습관, 충분한 휴식, 규칙적인 운동은 건선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문가와의 꾸준한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도 증상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상기도 감염을 예방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작은 변화들이 결국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잊지 말고, 긍정적인 태도로 자신을 돌보기를 바란다.
보습제 꾸준히 사용하기
겨울철엔 충분한 수분 보충
실내 가습기 활용하기
정서적 스트레스 관리하기
과로와 수면 부족 피하기
금연과 금주 실천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 유지
반복적인 피부 자극 및
피부 상처 주의
속옷이나 장신구로 인한
피부 압박 피하기
피부과 김보리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소속으로 손·발톱질환과 여드름, 주사 치료, 피부종양 수술 등을 담당한다. 건선을 비롯한 다양한 피부질환의 빅데이터 연구 및 피부염증의 발생 기전과 조절에 대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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